2025 연말 결산
올해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극장에서 본 최고의 영화!
올해의 책: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레베카 야로스의 <Fourth Wing> 시리즈
스토너 읽기를 다시 시도해 드디어 그 진가를 알아차린 해. 드래곤과 판타지의 조합은 참지 못하는 원아의 취향을 저격한 포스 윙 시리즈.
올해의 노래: 켄드릭 라마 - Not Like Us
랩이나 힙합 앨범을 잘 안 듣는데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무대는 리한나 이후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 이후로 Not Like Us 와 GNX 앨범을 무한 재생함.

올해의 시리즈: 오복입문, 폭군의 셰프

내가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던 넷플릭스 중드 오복입문. 중국판 작은 아씨들과 오만과 편견이 합쳐진 드라마다. 아버지를 잃은 다섯 자매가 새로운 도시에 어머니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 드라마가 내용인데 (물론 다섯 자매가 모두가 짝을 찾으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림), 뻔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배우들 얼굴과 중드 특유의 화려한 옷과 장식을 보는 재미가 너무 즐겁다. 필굿 드라마로 몰아보기 강추.

폭군의 셰프는 윤아 언니 아직 너무 이쁘고 이채민씨가 너무 잘생겼다.
이것도 몰아봤다. 역시 내 취향은 잘생기고 이쁜 메인 배우들이 나와서 코믹 플러스 좌충우돌하는 필굿 시대극이다. 거기다가 비극적인 애절함 한 스푼 곁들여줘야 함. 탄탄한 스토리와 개연성은 눈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야.. 포기합니다.
올해의 시리즈 아차상: 피지컬 100 아시아, 더 베어
외국에 나와 보면 아시안들에 대한 피지컬 스테레오 타입을 곧잘 느끼곤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시아인들은 체력적으로 약하다는 편견이다. 특히 아시아 여성들은 서양 여성들에 비해 작고, 약하며, 근육의 존재를 두려워 한다는 그런 생각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그런 면에서 난 피지컬 아시아가 그런 스테레오타입을 부수고 글로벌 마켓에서 이런 아시안들도 존재한다고 보여주는 바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Because representation matters!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피지컬 아시아를 봤다. 근육질의 여성 레슬링, 유도 선수들을 보여주고, 힘겨운 미션을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티며 포효하는 여성 선수들과 더불어 완전 sassy한 게이 배구선수,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중년의 선수들, 다양한 국적의 정말 각양각색의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이런 사람들도 있지하며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난 피지컬 아시아가 좋았다.

올해 기대 안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던 것: 헴세달 Skarsnuten, 중국 청두
중국 청두는 제일 기대하지 않았던 도시지만 정말 좋았던 곳 중 하나다. 헴세달 Skarsnuten은 호텔뷰와 창가에 자리한 nook이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좋았다.
올해의 팟캐스트: Fødselspodden, Instant Classics
나는 언제나 비보의 애청자지만 비보는 일주일에 한 번만 업데이트 되므로 올해는 비보를 기다릴 동안 들을 새로운 팟캐스트를 몇 개 들어보았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두 개.
Fødselspodden은 노르웨이의 일반인 또는 유명인들이 나와서 자신의 출산 경험담을 털어놓는 팟캐스트인데, 내가 다른 사람들의 출산 썰을 이렇게 재밌게 들을 줄은 몰랐다. 다들 엄청난 썰을 보유하고 있으심. 촬영 중에 갑자기 출산한 이야기, 차를 몰고 가다가 차 안에서 출산한 이야기, 집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고 하다가 병원 가서 무통 주사 풀로 맞은 이야기 등등. 역시 현실은 소설보다 더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Instant Classics은 이제 은퇴한 메리 비어드옹께서 친절히 그리스와 로마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주는 팟캐스트다. 클레어 히긴스라는 그 역시 서양고전학을 공부한(!) 가디언지 기자&작가와 함께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자유 발언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테나는 과연 여성을 위한 여신인가, 토가의 비밀 등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영국적인? 서양고전학을 듣는 재미가 있다.
올해의 웹소설: 화산귀환
나는 무협 웹소설이 좋다. 더 많은 퀄리티 무협 웹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화산귀환은 처음엔 진짜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텐션이 떨어져서 하차를 계속 고민 중이다. 일단 1752화까진 봄.
올해의 잊지 못한 하루: 무슈가 집에 온 날, Grebbestad에서 불난 날, 경윤이가 오슬로 온 날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두 번째 고양이 무슈를 데리고 온 것이다. 무슈를 데리고 오는 길에 우리가 타고 있던 차가 수렁에 박히는 바람에 액땜을 제대로 했다. 새로운 고양이 + 차 수리로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ㅜㅜ)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심바도 무슈의 등장 이후 부쩍 활발해지고, 애교가 늘었다.

액땜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올해는 두 차례의 화재(!)도 있었다. 이웃집 친구들과 다 같이 놀러갔던 스웨덴의 Grebbestad에서 밖에서 삼겹살을 굽다가 버너에 불이 붙는 바람에 야외용 식탁이 타버려서 식탁비를 물어줘야 했다. 그래도 자칫하다가 가스통에 불이 붙었으면 진짜 큰일날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어버버하는 동안 친구가 침착하게 소화기 들고 와서 껐다.
그 이후로 여름에 베란다에서 돼지고기를 굽다가 이번엔 우리 집 그릴에 불이 붙어서 ㅋㅋㅋ 이번엔 내가 빨리 소화기를 들고 와서 불을 껐다. 이전 화재로 단련이 되어서 이때도 큰 불로 번지지 않았고, 그릴 뚜껑만 탔다. 그래도 불이 진짜 무서운 걸 이번에 깨달았다. 돼지고기 같이 기름이 많은 고기를 구울 땐 항상 화재조심! 촛불도 무서워서 연말엔 다 LED 촛불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올해는 경윤이가 처음 오슬로에 온 해이기도 하다. 이틀만에 다시 한국으로 그녀가 돌아가버려 신기루 같은 만남이긴 했지만, 오슬로에 경윤이가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찡해지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직장인 신분으로 둘이 만나다니. 중학교 때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달라졌지만 둘 다 여전하다.
올해의 장소: 중국 상해
처음으로 존과 함께 간 상해. 중국 청두, 충칭, 상해를 삼 주간 여행했는데, 역시 상해는 상해였다. 상해에서 인생 갈비 떡볶이를 먹었다.
올해의 성공: 첫 직장에서의 일년
노르웨이에서 풀타임으로 일한 첫 직장에서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어느 정도 업무에 감을 잡았지만 아직 모르는 것도 배워야 할 것 투성이인 1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26년엔 좀 더 도메인 지식도 쌓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을 대비해 코딩 프로젝트를 하나 만드는게 목표다. 그래도 학생 때에 비해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는 삶은 아주 달콤했다.
올해의 실패: 아직도 집에 페인트칠을 완료하지 못함
올해 야심차게 페인트칠을 끝낼 거라고 목표에 적어놨는데 실패했다. 이사온 지 이제 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페인트칠이 완료된 방이 오피스 하나 밖에 없다. 내년엔 제발 페인트칠을 완료할 수 있길.